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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덞 마리의 말을 다시 돌려보낸 사또

지금식량 미래식량 2022. 4. 7.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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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1일 지방선거가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가운데, 후보자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데요.

 

후보자들이 내거는 구호 중에는 성실, 겸손, 깨끗, 공정, 실력 등도 있고

 

이외에 '청렴'을 내세운 공약도 눈에 띄는데요.

 

청렴 이라는 단어를 보니 생각나는 보물이 하나 있습니다.


순천에 가면 팔마비八馬碑 라는 비석이 있는데요,

고려시대에 순천에서 일한 사또 최석의 공덕을 기리기 위해 만든 비석입니다.

 

최석은 순천 사또로 부임해 개경에서 순천까지 내려오게 됩니다.

 

당시에는 육지 교통수단이 말뿐이었으니까 말을 타고 왔겠지요.

 

그런데 이 순천에는 나쁜 관행이 있었습니다.

 

바로 전별금입니다.

 

전별금이 뭐냐 하면요, 예를 들어 팀장이 회사를 그만두면 팀원들이 십시일반 모아서 돈을 챙겨주는 거예요.

 

(중략)

 

당시 순천의 전별금은 바로 '말'이었습니다.

 

사또가 임기를 마치고 떠나면 말 여덟 마리를 줘야 합니다.

그때 말 한 마리의 가격은 지금 자동차 한 대 값과 같습니다.

 

그러니 엄청난 돈이지요.

 

사또 임기가 3년이니까 순천 사람들은 3년마다 한 번씩 그 돈을 마련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관리가 사또만 있는 건 아니잖아요.

 

사또는 말 여덟 마리, 사또 바로 아래 관리는 몇 마리, 그 아래는 또 몇 마리...... 

 

이런 식으로 서열에 따라 전별금이 정해져 있었습니다.

 

이걸 마련하는 일이 얼마나 큰 고역이었겠습니까?

 

최석이 임기를 마치자 마자 순천 사람들은 말 여덟 마리를 준비해 바칩니다.

 

최석은 이 말들에 짐을 싣고 개경으로 떠났습니다.

 

그런데 개경에 도착한 뒤에 순천으로 말을 돌려보내요.

 

심지어 여덟 마리가 아니라 아홉 마리를 보냈습니다.

 

자신이 처음 부임할 때 타고 왔던 말이 새끼를 낳았는데 이 말은 순천의 녹을 먹을 때 생겨난 것이므로

 

순천의 재산이라면서 그 말까지 함께 돌려보낸 것입니다.

 

순천 사람들은 몹시 당황했어요.

 

'어라? 이런 관리도 있네? 이거 정말 기념비적인 일이다!'

 

그래서 최석 공덕비를 세우는데 그것이 바로 팔마비입니다.

 

팔마비는 기록상 백성들이 세운 최초의 공덕비예요.

 

우리는 잘 모르지만, 조선시대에는 이 팔마비를 모르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순천은 청렴의 도시로 불렸고, '순천'하면 팔마, 그리고 최석을 떠올렸어요.

 

(중략)

 

이 팔마비 때문에 나중에는 웃지 못할 일이 생기기도 합니다.

 

사또가 부임하기도 전에 공덕비를 세우는 곳도 있었어요.

 

(중략) 

 

새로 온 사또가 조금이라도 찌렸으면 하는 마음으로 선수를 치는 거지요.

 

오죽하면 그런 생각까지 했을까요?

 

-책 [역사의 쓸모/최태성 저] 중에서


순천 팔마비 (順天 八馬碑)

지정-종목보물

지정일-2021년 3월 25일
시대-고려시대~조선시대
종류/분류-석비

크기높이- 160㎝, 너비 77.5㎝

 

요즘 공공기관의 청렴도는 어떨까요?

 

2021년도 공공기관 청렴도 측정결과 자료를 찾아봤습니다.

 

2021년 광역자치단체 중 종합청렴도 1등급은 충청북도가 받았네요.

 

2등급은 경기도, 경상북도,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제주특별자치도,충청남도가 받았습니다.

 

경상남도는 5등급을 받았네요?

 

무슨 일이죠?

 

서울특별시도 꽤나 청렴과 거리가 머네요?

 

4등급을 받다니...

출처:국민권익위원회

 

두 달이 채 남지 않은 지방선거

 

우리가 낸 세금으로 꾸려지는 지역 살림

 

후보자를 볼 때 청렴한가 그렇지 않은가도 중요하게 봐야한다고 생각해요.

 

고려시대에는 최석이 있었습니다.

 

지금 시대의 최석은 누구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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