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이솝 매장 앞을 지나다가 향에 이끌려 들어간 적이 있다.
매장에 풍기는 향이 딱 내가 찾던 절간향에 우디한 향이었다.
매장 직원분에게 물어서 제품을 찾았다. 그러고 나서 사진으로 남겨두었던 게 3-4년 전의 일이다.
당시에는 향수를 구매해본 적이 거의 없었던 터라 조그만 병이 15만원이나 한다는 게 이해가 되지 않아서 구매를 미뤘었다.
이후 여러 차례 휴대폰 사진을 정리하면서도 그때 찍어둔 사진을 간직하고 있었고, 향에 꽂혀있다보니 찜해둔 이 제품을 주문하는 데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온라인 구매 후기를 보니 많은 사람들로부터 절간향이라는 극찬이 있어서 기대가 컸다.
10만원이 넘는 금액대에도 불구하고 정말 갖고 싶었던 향이었기 때문에 인생 향수가 될 수도 있겠다 싶었다.
그렇다면 지금 가진 몇 가지 향수들을 정리해도 아쉽지 않을 것 같았다.
택배를 받아보고 시향해본 첫 느낌부터 말하면 '향이 익숙해서' 생각보다 드라마틱한 감동은 오지 않았다.
분명 휠 오 드 퍼퓸은 처음 사보는 향수가 맞는데 그동안 논픽션 포레스트 절간향에 익숙해진걸까.
그래. 절간향이 이렇지. 첫 인상은 이런 덤덤함이었다.
실제 공식 홈페이지에서 주문하면 3가지 샘플을 주는 것 같던데 그걸 받자고 굳이 정가에 가까운 가격을 지불하고 싶지 않았다. 조금 더 저렴한 백화점 사이트가 있어 그곳에서 구매했다.
택배는 종이 상자에 들어있었는데 그 안에 또 종이 상자가 있었고, 플라스틱 쓰레기 없이 포장지가 전부 종이여서 좋았다.
이번에 알게 됐는데 이솝은 호주 브랜드다.
향과 너무나 잘 어울리는 패키지. 울창한 숲을 연상시켰다.
다양한 종류의 식물이 사는 숲에 들어가면 볼 수 있을 법한 색 조합이라니 하트 뿅뿅.
코튼 백과 일회용 쇼핑백이 별도로 제공되지 않으며, 재활용이 가능한 종이 박스 및 종이 테이프로 선물 포장됩니다, 라는 문구가 보인다.
논픽션 포레스트 향수와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는데 가격이 세다고 향이 더 좋지는 않은 것이 내게는 여전히 포레스트가 1순위다.
물론 둘의 매력은 분명 다르다.
둘 다 절간향, 우디향이라고 뭉뚱그려 이야기할 수 있을 향이지만, 다른 점이 있는데 이솝 휠 에서는 '남자스킨향' 이 난다.
왜 굳이 남자향이 나게 만들었을까 싶었다.
다행히 처음 딱 올라오는 향이 그렇고, 시간이 지나면 점점 절간향이 올라와서 덮어버린다.
포레스트가 중성적이면서 살짝 가벼운 느낌이라면 이솝은 남성적인 향으로 시작했다가 중성적인 향으로 바뀌면서 묵직한 느낌이다.
포레스트를 집에서도 뿌릴 정도로 애용중인데, 가볍게 기분전환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기 때문이다.
이솝 휠에서 풍기는 남자스킨향이 불편해서 둘을 같이 뿌려봤는데 꽤 조화롭다.
누구하나 더 튀려고 하지도 뭍히지도 않는다. 성향이 비슷한 향이라서 그런 것 같다.
포레스트 향수가 30미리로 손에 착 감겨서 좋다면, 이솝은 50미리다보니 휴대하기에는 다소 조심스럽다.
뭐 그렇다고 못 들고 다닐 사이즈는 아니지만 병이 약간 뚱뚱하고 무거운 건 사실이다.
논픽션은 투명한 용기에 담겨있는데 이솝은 갈색병이다. 보존을 위한 목적인걸까 아니면 향의 느낌을 따라 디자인 된 걸까?
이솝 제품이 좋기는 좋다고 느낀 게 한 가지 있는데 분사했을 때 굉장히 기분좋게 골고루 뿌려진다.
아주 아주 미세하게 고루 분무되는 느낌.
포레스트는 어떤 때는 펌핑을 하다가 손에 살짝 묻거나 갑자기 퍽 하고 한 곳에 향이 뭉쳐서 뿌려지는데
이솝은 향이 훨씬 너른 면적에 고루 분사되어서 뿌리는 기분이 좋다.
이솝의 다른 제품도 시향해보고 싶다.
언젠가 매장에 한번 방문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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