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집값은 왜 쉽게 떨어지지 않을까?

지금식량 미래식량 2025. 7. 11.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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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에 관심이 있다면 한 번쯤 들어봤을 겁니다. “이젠 집값이 떨어질 거야.” 하지만 그 말은 매년 반복되었고, 그때마다 아파트 가격은 다시 오르곤 했습니다.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 걸까요?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른다” ― 너무 당연한 진실

“양도세가 강화되면 기존 주택 소유자들이 매물을 내놓지 않게 되고, 매물 감소로 오히려 집값이 더 오르는 역효과가 나타나기도 한다.” ― 『 이진우의 다시 만난 경제 』 본문 중


정부는 종종 집값을 잡기 위해 양도세를 올립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팔려고 했던 사람들이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는 일이 발생합니다. 시장에 집이 안 나오니,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거죠. 이처럼 단기적인 억제책은 종종 반대로 작용합니다.
 

허약한 시행사가 든 깃발

보통 외국에서는 아파트든 주택이든 대부분 '부동산 개발회사'에서 땅을 사고 집도 짓는다. 이런 곳에서는 넓은 땅을 한꺼번에 사들여야 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자본이 매우 튼튼하다. 그리고 집을 지은 후 분양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분양하지 않고 자신들이 소유하면서 계속 임대를 주기도 한다. 그래서 우리가 흔히 '건설회사'라고 알고 있는 곳은 해외에서는 이런 부동산 개발회사의 하청 업체 역할을 한다. 프로젝트를 맡아서 그냥 건설해주면 그만이기 때문이다. 집을 지을 때 비용을 감당하고, 사업을 지휘하고, 구체적으로 추진하는 주체는 바로 '부동산 개발회사'이다.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는 이 역할을 정부가 하게 됐다. 팔을 걷어붙이고 땅을 공급하고, 아파트를 짓는 모든 과정을 정부가 지휘하다 보니 개별 회사들은 그런 노하우는 물론이고, 대규모 자본을 모을 여력도 없었다. 다른 나라에서는 주택의 건설과 공급이 장기간에 걸쳐 서서히 진행되면서 노하우와 자본을 축적한 부동산 개발회사가 여럿 존재하는데, 우리나라는 그런 업태의 회사가 성장할 시간이 없었다. 정부가 알아서 택지를 공급해 주면 그 아파트가 분양이 잘되든 안 되든 공사비만 받고 아파트를 제때 지어 주기만 하면 되는 건설회사만 존재하게 됐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는 아파트를 지을 때 다른 나라와는 다른 사업 구조를 갖게 됐는데, 시행사와 건설회사, 신탁사 그리고 금융회사 4곳의 사업 주체가 모두 참여하는 공동 프로젝트 형태로 발전하게 됐다. 부동산 개발회사라는 주체가 없다 보니 그 일을 여러 회사가 각각 나눠 맡는 기형적인 형태가 된 것이다.

시행사는 '우리가 여기에 아파트를 지으려고 합니다!'라며 깃발을 드는 역할을 한다. 그런데 자본이 없으니 저축은행, 증권사, 제 2, 제3금융권에서 이른바 PF 대출 (돈을 빌려줄 때 자금 조달의 기초를 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사업주의 신용이나 물적 담보에 두지 않고 프로젝트 자체의 경제성에 두는 금융 기법)이라고 하는 대출을 끌어 쓰려고 한다. 그런데 금융권에서는 이 시행사가 매우 허약해 보이기 때문에 바로 대출해 주지 않고 좀 더 믿을 만한 건설회사를 데려와서 보증하도록 한다. 마치 동생이 돈도 없고 힘도 없으니 형을 데려와서 보증을 세우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 건설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사실상 자신이 보증을 선 것이니 혹시 이 프로젝트에 문제가 생기면 그 리스크를 건설회사가 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거기다가 집도 자신이 짓고, 나중에 문제가 생기면 그것을 해결하는 역할도 자신이 해야 한다. 외국의 건설사는 집만 지으면 그만이지만, 사실상 우리나라에서는 건설회사가 부동산 개발회사의 역할을 하게 됐다.

하지만 또 하나의 문제는 이렇게 건설회사가 보증을 선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믿기는 힘들다. 그냥 작은 아파트 한 채를 짓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국의 특성상 수천 세대가 한꺼번에 거주하는 대형 아파트 단지를 짓는 게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여기에  또 '신탁회사'가 개입하게 된다. 이들은 처음에는 건설 과정에서 오가는 돈을 맡아서 적절한 곳에 사용되도록 관리하는 역할이었으나, 얼마간의 수수료를 받고 보증을 서주는 역할을 맡기 시작했다. 

(중략) 아파트와 관련된 뉴스 중에 'PF 대출이 부실해져서 금융회사로 불똥이 튀고 있다'라는 내용은 바로 이러한 4개의 주체 사이에서 문제가 생겼다는 의미다. 구체적으로는 금융 회사가 빌려준 돈으로 땅을 사고, 착공하고, 분양해야 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땅 매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 착공이 늦춰지거나, 착공은 했으나 분양이 잘되지 않아 돈이 들어오지 않으면 빌린 돈을 갚을 길이 없다는 뜻이다. 외국이라면 이 일을 모두 부동산 개발회사가 자기자본이나 보유한 자산을 담보로 빌린 대출금으로 진행한다. 그러니 사업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아도 대출금 상환에는 큰 문제가 없다. 부동산 개발 회사는 규모가 크고 자기자본이 넉넉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자본력이 약한 시행사가 땅을 매입할 돈도 부족해 대출을 받고, 그 대출을 갚을 여력이 없으니 공사를 수주할 권리를 주겠다고 약속하고 건설회사에 부탁해서 건설회사가 대출에 대해 보증을 서는 구조다. 
 ― 『 이진우의 다시 만난 경제 』 본문 중



정부는 종종 집값을 잡기 위해 양도세를 올립니다. 하지만 이로 인해 팔려고 했던 사람들이 다시 매물을 거둬들이는 일이 발생합니다. 시장에 집이 안 나오니, 오히려 가격이 오르는 거죠. 이처럼 단기적인 억제책은 종종 반대로 작용합니다.
 

우리나라의 아파트는 다음과 같은 4개의 주체가 중심이 되는 공동 프로젝트다.



 

분양도 못하게 막는다면, 누가 공급을 할까?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되면, 이들이 새 아파트를 사지 않게 되므로 새 집을 짓는 목적 자체가 줄어듭니다.” ― 『이진우의 다시 만난 경제』 본문 중

우리가 흔히 ‘투기 세력’으로 인식하는 다주택자는 사실 분양 시장에서 큰 손입니다. 이들이 빠지면 민간 건설사들은 아파트를 지을 이유가 사라지고, 분양 자체가 멈추게 됩니다. 규제가 늘수록 공급은 위축되고, 결국 수년 뒤 더 큰 가격 상승을 불러옵니다.
 

다주택자는 악일까, 시장의 윤활유일까?

“다주택자들은 새집을 매수해서 전세로 돌리는 수요자이자 공급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이들이 빠지면 시장의 수요와 공급 양쪽이 동시에 위축되는 결과가 생깁니다.” ― 『이진우의 다시 만난 경제』 본문 중

다주택자는 단지 집을 여러 채 소유한 ‘투기 세력’이 아닙니다. 실제로는 전세나 월세로 주택을 공급해 주는 임대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세금 부담이 커지고 임대 혜택도 줄어들자, 많은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거나 임대를 중단하려는 쪽으로 움직입니다. 이처럼 시장에서 '물리적으로 퇴장'하거나 '임대 공급을 줄이는' 방향으로 행동하는 것이죠.
그 결과 전세나 월세 매물이 줄어들고, 남아 있는 매물의 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갑니다. 전세 물량이 부족해지면 무주택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게 됩니다. 정부가 세입자를 보호하려던 규제가, 오히려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을 키우는 결과를 낳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서울은 이미 줄어들고 있다

“서울만 보더라도, 매년 약 5만 채의 주택이 새로 지어지는 반면 약 2만 채는 멸실되고 있습니다.” ― 『이진우의 다시 만난 경제』 본문 중

집을 새로 짓는 속도보다, 헌 집이 사라지는 속도가 빠릅니다. 특히 서울은 재건축 등으로 인해 실제 거주 가능한 주택 수가 줄어들고 있는 실정입니다. 그런데도 정부가 공급을 늘리기보다는 수요 억제에만 초점을 맞춘다면? 앞으로는 더 심각한 공급 부족이 올 수 있습니다.

결론 ― 집값을 잡으려면, 더 잘 알아야 한다

부동산 정책은 복잡합니다. 선의로 만든 법도 때로는 역효과를 낳습니다. 우리가 그 구조를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규제 강화’만 외친다면, 되려 집값은 더 오르고, 무주택자만 더 힘들어지는 결과가 반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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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조 도서 『이진우의 다시 만난 경제』(이진우 지음, 페이지2북스, 2025) 

부동산을 포함해서 경제 전반을 다룬 책인데, 부린이인 제가 읽기에 아주 유익했어요. 평소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그런 책이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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