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정보

영국, 추위에 떨 것인가 아름다운 건물을 포기할 것인가

지금식량 미래식량 2023. 2. 18. 08:30
반응형

 

난방비 폭탄이 이슈인 요즘, 우연히 월간 이코노미 인사이트에서 영국 난방비에 관한 기사를 보게 됐다. 무려 2014년도 2월호로 아주 옛날 기사다.

 

잘사는 나라 영국에 이런 모습이 있나 싶어 스크랩을 해두었던 건데 최근에 책장에서 발견했다. 그 사이 10년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영국의 건물이 크게 바뀌었을 것 같진 않아서 요약해보았다.

 

 

 

한국가스공사 경제경영연구소의 가스요금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기준 세금 포함 최종 소비자가격은 한국은 22.2원, 영국은 43원, 독일 83.7원으로 우리의 각각 2배, 4배 수준이라고 한다. 

 

 

비단 영국의 문제만은 아니고, 유럽에서는 오래된 건물의 단열이 안 되서 골머리를 앓고 있는 것 같다. 한 기사에 따르면, 영국의 경우 1919년 이전에 지어진 집이 20%에 달한단다. 

 

 

 

 

겉으로 보기에 아름다운 외관으로 관광수익을 올리는 뒷면에는  '건축물 보존'이라는 대가가 있었다. 영국에서는 보존 가치가 있는 건물의 경우 집수리를 하려면 지자체에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비용과 시간이 적잖이 든다고 한다.  

 

 

2014년도 이코노미 인사이트에 실린 기사에서는 영국 시민들의 고충을 볼 수 있었다. 웬만한 가정에서는 난방비가 무서워서 편안하게 난방을 못하는 실정이고, 기껏해야 아침과 저녁 1시간씩 난방을 하는 가정이 대부분이란다.

 

 

이마저도 건물이 오래되서 단열이 잘 안되서 효과가 떨어진단다. 겉보기엔 아름다운데 이런 결정적 단점이 있다니.

 

도시이건 시골이건 다르지 않고 경제적 여유가 있는 중산층 가정도 선뜻 난방을 하지 못하는 건 마찬가지라고 한다.

 

이른바 '난방 빈곤'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아서 먹거리를 살지 난방을 할지 선택해야 하는 영국인이 300만명에 이른다고 오래된 기사에는 적혀있는데, 최근에 세계적으로 에너지가격이 올랐으니 아마 상황은 더 나빠지지 않았을까 추측해본다. 

 

 

영국 버킹엄궁도 춥게 겨울을 보내야하는 건 다르지 않다고 하는데, 기사가 쓰여진 지 10여년이 지난 요즘은 어떤지 모르겠다. 

 

 

 

런던에서 가장 열효율이 떨어지는 건물인 버킹엄궁의 1년 난방 비용은 360만유로 (약 52억2천만원)다. 

보일러 교체가 시급한데도 왕실 재정으로는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영국 왕실도 일반 가정과 다르지 않은 것이다. 정비할 돈도 없고 집 자체도 낡았다.

보일러가 내보내는 열기는 오래된 벽돌벽과 얇은 창을 통과하면서 상당 부분 빠져나간다.

일반 시민들이 보일러를 틀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4.02 기사 중에서

 

 

 

 

유럽사람들은 왜 열쇠를 고집할까?

참고영상: 한때는 여행갔을 때 자주 사오는 선물 중 하나가 열쇠고리였는데요. 요즘엔 가지고 다니는 열쇠도 없고 열쇠고리를 사본지도 오래되었어요. 이제 대부분의 집들은 비밀번호를 누르고

nowaround.tistory.com

 

 

21세기에도 여전히 열쇠를 고집하는 것과 비슷한 맥락에서 집을 고치거나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기사에는 런던에서 주택에 사는 데이비드 개니라는 영국인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의 말이 놀랍다.

 

 

"오래전부터 현대식 창호가 나온 건 알고 있었다. 30년 전 이곳에 처음 이사올 때도 이미 플라스틱으로 된 창문들이 설치돼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다시 옛날식 창문으로 바꿨다. 그때부터 집에 찬바람이 들어왔겠지만 신선한 공기가 들어오니 좋다. 두꺼운 창문 안에서 살면 건강에도 별로 좋지 않을 것이다."

.-이코노미 인사이트 2014.02 기사 중에서

 

 

 

반응형

 

 

기사는 영국인들이 바람새는 홀겹 나무창을 고집한다고 적고 있다.

 

 

창문을 열자면 위로 밀어서 올려야 하고, 보기에는 예쁘지만 찬공기를 막아주지 못한다. 심지어 런던 주택의 절반가량이 이런 내리닫이 창을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그런데 대다수가 창호를 바꿀 생각이 없다는데, 이유가 뭘까?

 

 

그건 비용 문제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도 가격인데다 창호 교체 비용을 따져보면 6년을 써야 손익분기점에 다다른다고. 게다가 영국에서는 현대식 창문을 다는 것이 역사적 건물 보존 차원에서 금지되어 있다고 한다. (역사적 가치가 없는 지역의 건물들은 플라스틱 창호를 많이 쓴다)

 

 

 

 

영국 의회 건물과 버킹엄궁을 비롯해서 영국 정부의 모든 건물도 여전히 단열에 취약한 나무 창호를 사용한다는데, 10여년이 흐른 지금은 달라졌을까?

 

 

그렇게 건축물 보존을 고수해온 영국도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고 에너지 가격이 오르자, 오래된 건물을 보존하는 규제를 완화하는 법 개정안을 보수당에서 내놓았다고 한다. 영국도 이 문제로 고민이 많겠다.

 

 

역사를 보존하고 후세에 전해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기후위기 시대에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건 역사적 보존 못지 않게 중요해보인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