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제는 Where’d You Go, Bernadette 이다. 한국에서는 2020년에 개봉했다. 영화를 소개하는 유튜브를 통해 보자마자 찾아보았다. 줄거리도 줄거리인데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케이트 블란쳇이 출연한다지 않는가!
감독은 사회 생활 점수는 별로일지라도 이 인물에게 얼마나 큰 보석 같은 면이 있는지 알려드리리다, 라고 말하는 듯하다. 주인공 버나뎃은 나와 같은 INFJ가 아닐까 싶을 만큼 공감되는 구석이 많았다.
같은 상황에서 이 주인공과 취하는 액션은 달랐을테지만 내면에선 나와 닮은 모습이 많아 위로받았다.
영화 초입부에는 딸의 나레이션이 나온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딸은 엄마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그녀의 보석 같은 면을 바라봐주었다. 버나뎃이 평소 딸에게 따뜻한 엄마인 것은 말할 것도 없다.
예민한 기질로 남들이 보기엔 별 것 아닌 일로 이웃과 갈등을 일으키고 딸 아이 학교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별난 여자 취급을 받는 그녀에게 이런 면이 있을 거라고 사람들은 생각할까.
영화에서 버나뎃의 섬세한 감수성을 보여주는 장면 하나가 있다. 전화를 받으면서 집 안을 왔다 갔다 하던 그녀는 바닥에 깔린 카페트를 칼로 벤다.
어쩐일인지 카페트와 바닥 사이에 식물이 가지를 뻗으며 자라고 있었던 것이다. 버나뎃은 카페트를 잘라서 싹이 올라올 수 있도록 공간을 터준다.
케이트 블란쳇은 연기도 연기지만 환경에 관심을 기울이는 걸로 알려져있어 호감이 가는 배우다. 드레스를 한 번 입고 마는 시상식 관행을 탈피해 같은 드레스를 다른 시상식에 또 입고 나타나 화제가 돼기도 했다.
영화 속에서 그런 그녀의 실제가 언뜻 겹쳐져 역할과 더 잘 어울려 보였다.
세 식구의 남극여행을 앞두고 딸 아이의 소원을 저버리지 못한 마음 따뜻한 엄마 버나뎃은 다가올 여행을 고통스러워하며 ‘끔찍한 재앙’이라고 느낀다.
사람들과 함께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는 그녀는 사람들의 무례함, 불평, 끝 없는 잡담, 맛 없는 음식, 모르는 사람이 말을 건네는 상황 등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공황발작이 올 것만 같다.
엄마이기 전 버나뎃은 과거 인정받는 건축가였는데 자신의 일을 사랑했음이 분명한 그녀는 어떤 사건을 계기로 벽에 부딪힌 듯 했고, LA건축계에서 손을 뗐다. 버나뎃은 길에서 자신을 알아보고 사진을 찍자고 하는 건축학도에게 떨떠름하고 불편한 표정을 남기고 빠른 걸음으로 멀어져간다.
영화 속 버나뎃 남편이 아내가 시애틀에 대해 끊임없이 불평을 한다는 장면에서는 얼마 전 서점에서 훑어보고 찜해뒀던 [미국을 만든 50개 주 이야기]가 떠올랐다.나중에 읽게 되면 시애틀과 LA의 특징을 살펴 보는 것도 재미있겠다.
(다시 영화로 돌아와서)
사회성 면에서 약점인 버나뎃의 예민성은 건축에서는 빛을 발하는 강점이었는데, 사랑했던 일에서 멀어지자 빛을 잃고 밤마다 불면에 시달리게 된 것으로 보인다.
딸과 차에서 신나게 노래를 부르다 말고 그녀는 눈물을 훔치며 ‘삶의 따분함’ 때문에 힘들다고 이야기한다. 그리곤 INFJ 같은 말을 이어간다.
좋게 좋게 둥글게 넘어갈 수 있었을 일도 갈등을 만드는, 본인 할말은 다 하는 그녀는 이웃과의 갈등, 그런 자신에게 실망스러워하는 남편에게 에너지를 소진해서 여행을 포기하려고 한다.
그리고 가족 몰래 사랑니 발치를 위한 치과 예약을 핑계로 여행을 빠질 계획을 세운다. 긴급상황인 것처럼 꾸며서 말이다. 그녀의 계획이 잘 이루어졌을지는 영화로 확인해 보시길.
주인공 버나뎃은 나와 같은 INFJ가 아닐까 싶을 만큼 공감되는 구석이 많았다. 사실 한 인간유형을 세밀하게 그린 영화를 보기 어렵기에 이런 영화가 나왔다는 게 반갑고 소중하다. 개인적으론 한 번으론 부족해 다시 곱씹어볼 만한 영화다.
그나저나 건축에 대한 재미있는 영화가 어디 없을까. 건축가는 참 멋있는 직업이다. 하나의 아늑한 공간을 짓는 다는 건 얼마나 멋진 일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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