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돈내산 책과 물건 리뷰

책 [얄롬 박사 부부의 마지막 일상: 죽음과 삶]

지금식량 미래식량 2022. 11. 15. 16: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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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좋아하는 얄롬 선생님의 글답게 곳곳에 솔직함이 드러난다. 읽으면서 휴지가 자주 필요했다. 무게가 있어 읽어나가는 데 시간이 걸렸다. 삶에 담담해지고 싶은 날 일부러 집어 들기도 했다. 제목은 삶과 죽음이 아니라 죽음과 삶(원제목: A Matter of Death and Life)다. 제목을 이렇게 정하신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얄롬 선생님의 책을 마지막으로 읽은지 꽤 시간이 흘렀다. 이 책은 가장 최근작인데, 혹시나 이 책이 마지막 작품이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 든다. 아무래도 본문이 쓰여질 당시 글을 보면 건강이 그리 좋지 않아보이셨기 때문이다. 그게 슬펐고, 눈물이 났다.

 

어떤 면에서는 축복 받은 삶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래도 돌아봤을 때 괜찮은 삶을 살아오신 것 같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어떤 식의 죽음을 맞이하는지 모르겠지만, 비슷하면서도 사람마다 다르지 않을까 싶다. 어떤 사람은 맞이할 시간을 갖고 그 날을 준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어떤 사람은 그게 여의치 않을수도 있다. 본인 스스로 살아온 인생을 어떻게 생각하는지에 따라서도 그 모습은 다를 것 같다는 걸 이 두 분을 보며 생각했다.

 

얄롬 선생님은 젊으셨을 때도 나이가 지긋하신 지금도 '죽음', '삶'이라는 실존적인 문제를 깊이 들여다보고 있다. 선생님의 글에 매료됐던 이유 가운데 하나도 실존주의 때문이었다. 나에게 특별한 주제다. 

 

한 개인으로서의 얄롬 선생님은 사교성이 좋지도 않고 다소 예민한 기질의 사람인 것 같은데, 지적이고, 아름답고, 성격도 좋고 가장 인기있는 여학생과 사귀고 결혼했다. 스스로가 생각해도 축복이었다고 글에서 적고 있다. 그는 사실 일찍부터 그녀에게 반해서 옆에서 오래 시간을 보내기 위해 의과대학에 1년 일찍 들어갔다. 그냥 되는 게 아니라 일반 학부에서 3년 동안 모두 A를 받아야 했는데 실제로 그렇게 했다!

 

매일 서로에게 편지를 썼고, 비싼 전화요금과 수입이 없는 상황에도 불구하고 때때로 통화를 했다고 한다. 아마도 얄롬 선생님이 걸었겠지? 얄롬 선생님도 똑똑하고 능력있는 남자이지 않나 생각하는데, 워낙 아내분이 괜찮은 분이었던 것 같다. 그 후로 두 분은 일생을 붙어있었다. 

 

그의 책을 읽은지 오래되어서 어떤 삶을 살아오셨는지에 대한 기억이 흐릿한데, 아내분이 자라온 가정과 대조적으로 묘사된 부분에서 보여지듯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지는 못했다. 어렴풋이 예전에 다른 책을 읽을 때 그런 점에서 내가 공감을 했던 것도 같다.  책에는 유대인에 대한 대학 선발 규정 때문에 '오로지 열심히, 그리고 불안해하면서 공부만 했다'고 적혀있다. 혹시라도 본인이 원하는 곳에 가지 못할까봐 불안했던 것 같다. 부모님과는 다른 삶, 그러니까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바꾸고 싶었던 것 같다. 경제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안정된 삶을 꿈꿨던 게 아닐까 싶다.

 

서로에 대해 깊은 이해와 사랑을 경험한 부부의 모습이 이런 거구나 느꼈고, 삶에서의 충실함에 대해서도 생각해보게 됐다. 본인의 삶에 충실했음의 여부가 생의 끝자락을 준비하는 데 영향을 주는 것 같다. 내 삶을 어떻게 살아야 좋을지 생각해본 시간이었다.

 

많은 성취를 이룬 사람도 결국에는 죽음이라는 자체를 두려워하고 버리고 떠나야할 추억과 물건에 애착을 갖는다는 것이 솔직히 조금은 의외였다. 나는 아직까지는 그렇게 두고가기 아쉬운 물건이 단번에 떠오르지 않는 다.어찌보면 당연한 것 같다.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니까.  

 

삶이라는 건 때로 힘들지만,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가 그에 못지 않은 힘으로 반대편에서 작용하는 것 같다. 오늘과 내일 일을 알 수 없다는 매력과 소소한 행복이 사이사이 공존하기에 삶은 오늘도 살아갈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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