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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2-17 08:59 기사요약
“필터를 교체하려고 열어보면 내부가 시커메요. 그동안 이렇게나 많은 미세플라스틱을 그냥 바다에 흘려보냈던 거죠.”
충남 서산에 사는 유병숙(52)씨는 지난해 7월 집 안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를 설치했다. 합성섬유 옷을 세탁하면 플라스틱 재질의 미세섬유가 떨어져 나오는데 이를 걸러주는 장치다.
-서산 아이쿱생활협동조합 이사장으로 일하는 유씨는 아이쿱생협이 개발한 필터를 사용하지만, 일반 가전업체에서는 이러한 필터나 필터를 장착한 세탁기를 팔지 않고 있다.
세탁할 때마다 나오는 미세플라스틱을 하수구를 통해 강과 바다로 배출할 수밖에 없다.
-미세플라스틱은 길이 5㎜ 이하 플라스틱 조각으로, 애초에 5㎜ 이하로 제조된 1차 미세플라스틱과 환경에 잔존하며 점차 작아진 2차 미세플라스틱으로 나뉜다.
-미세플라스틱은 에베레스트 정상부터 깊은 바다까지 이미 지구 전체에 퍼졌다. 대기에서도 발견된다.
지난해 5월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은 서울·경기 실외 공기에서 1㎥당 평균 1.96개, 실내 평균 3.02개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유엔 해양환경보호 과학전문가그룹(GESAMP)은 유럽인이 홍합·굴 섭취를 통해서 연평균 1만1000개의 미세플라스틱을 먹을 수 있다고 밝혔다.
유병숙씨의 집에 설치된 미세플라스틱 필터의 모습. 미세플라스틱이 포함된 검은 찌꺼기가 끼어 있다. 유병숙씨 제공
- 한국소비자원의 ‘먹는샘물 내 미세플라스틱 안전실태 조사’ 보고서를 보면,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150㎛ 이하이면 소화관 내벽을 통과할 수 있고 0.2㎛ 이하이면 체내 조직으로 흡수되어 국부적 면역체계 이상, 장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연구가 제시됐다.
간, 심장, 폐, 뇌 등으로 갈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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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자연보전연맹(IUCN)에 따르면 해양 미세플라스틱의 원인 중 ‘세탁 때 발생하는 미세섬유’의 비중이 35%로 가장 높다.
-이에 소비자기후행동은 지난해 12월 엘지(LG)전자, 삼성전자, 화성세탁기, 위니아딤채 등 국내 주요 가전제품 제조업체 16곳에 ‘세탁기 내에 미세플라스틱 저감장치를 설치할 계획이 있는지’ 공개 질의했다.
또 지난해 10월 기자회견을 열고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저감장치 설치 의무화, 미세플라스틱 저감장치 연구·개발 지원 등의 내용을 담은 ‘미세플라스틱 저감과 관리를 위한 특별법’ 제정을 촉구했다.
이 단체는 14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당대표에게 식품 미세플라스틱 관리 기준, 미세플라스틱 저감기술 개발 지원 등의 내용이 포함된 정책 제안서를 제출했다.
세탁기 안 저감장치 설치 요구…외국선 이미 출시 경쟁
-지난달 5일 세탁기 내 미세플라스틱 저감장치 설치 계획을 묻는 소비자기후행동의 질의에 엘지전자와 화성세탁기는 “계획이 있다”고 답했다.
엘지전자 쪽은 “미세플라스틱에 대한 정의와 국제표준규격 기준은 미흡한 수준이라 관련 기업과 기관들이 함께 표준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의 대응 속도는 국제사회에 비해 더딘 편이다.
유럽에서는 이미 미세플라스틱 저감장치가 달린 세탁기 출시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터키 가전업체 아르첼리크(Arçelik)는 2019년 9월 90% 이상 미세플라스틱을 걸러주는 필터가 설치된 세탁기를 개발했고, 아르첼리크 자회사인 독일 가전업체 그룬디히(Grundig)는 지난해 9월 비슷한 성능의 필터가 장착된 세탁기를 내놓았다.
슬로베니아 플래닛케어(PlanetCare)와 영국 매터(Matter)는 기존 세탁기에도 장착할 수 있는 미세플라스틱 저감 필터를 선보였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지난해 12월 “미세플라스틱이 세탁기에서 쏟아져 나와 바다로 흘러가는 것을 막기 위한 제품이 빠르게 늘고 있다”며 “기업들 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법에 미세플라스틱 저감 의무를 못 박거나 사용을 금지한 국가도 있다.
프랑스에서는 ‘낭비방지 및 순환경제법’에 따라 2025년 1월1일부터 판매되는 모든 신제품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합성섬유 필터를 의무적으로 장착해야 한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 심원준 박사는 “미세플라스틱 연구는 해양의 환경오염으로부터 시작해서 점차 육상환경과 인체 노출로 이어져 가기 때문에 인체 영향은 연구의 마지막 단계로, 인체 노출과 독성 영향에 대한 많은 자료 축적이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미세플라스틱 오염 문제는 인류가 플라스틱을 계속 사용하는 한 꾸준히 그리고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
프랑스는 2025년부터 세탁기에 미세플라스틱 필터 장착을 의무화한다.
여기에 자극받은 영국도 세탁기 미세플라스틱 섬유필터 장착 의무화를 추진중이고, 호주와 미국 캘리포니아주도 비슷한 규정을 검토하고 있다.
미세플라스틱 필터 기술이 그리 어려운 게 아니어보이는데, 국내에는 왜 아직 그런 세탁기출시 이야기가 없는지 의아하다.
미세플라스틱 그만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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